[Weekly] 독립영화, 세상에 외치다!

[Weekly] 독립영화, 세상에 외치다! ②
- 독립영화, 사막에서 꽃을 피우다

한국 독립영화는 최근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워낭소리’는 관객 200만을 돌파했고, ‘똥파리’와 ‘낮술’ 등 독립영화의 국제 영화제 수상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독립영화는 독창적인 내용과 신선한 주제의식으로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작품성을 높였다. 봉준호와 류승완 등 우수한 감독도 발굴해냈다. 그런데 독립영화가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독자적인 활동공간은 현재 부족한 상태다. 소수의 예술영화관과 몇몇 영화제, EBS 등을 제외하면 독립영화의 활동공간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독립영화는 왜 경기를 뛸 운동장을 갖지 못한 것일까?

이주훈 미디액트 사무국장이 인디포럼2001에서 발표한 <독립영화 배급의 정치학>에 따르면, 독립영화는 1980~90년대 초반만 해도 운동적인 성격이 강했다. 이때 독립영화는 ‘열린 영화’ 혹은 ‘대안 영화’, ‘민중 영화’로 불렸다. 대중과 소통하는 경로(배급)도 경제적인 면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이 더 큰 문제로 작용했다.

조희문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80~9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치고 난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나타난 탈미(脫美) 경향을 경험하면서 독립영화가 지향해야할 목표와 상대가 무엇인지 모호해졌다”며 “현재 한국 독립영화는 영화적 인식과 상업적 현실 사이에서 혼란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립영화는 정치적, 경제적 변화가 컸던 90년 대 후반 큰 변화를 맞았다. 단편영화와 저예산 영화 등이 모두 독립영화 범주에 포괄되면서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졌다. 주제면에서도 비정규직과 동성애 등 비주류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이후부터 영화가 ‘예술이 아닌 산업’ 그 자체가 되면서 독립영화의 입지는 줄어들게 됐다.

독립영화, 변방에서 주류로
그렇다면 독립영화란 과연 무엇일까? 독립영화는 기본적으로 상업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제작한 영화다. ‘인디영화’로도 불리는 ‘독립영화’의 명칭은 1960년 대 후반 미국의 영화운동인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인디펜던트 필름’(Indenpendent Film)에서 유래됐다.

조희문 교수는 “독립영화의 특징은 기존 상업영화들이 보여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 다양한 주장과 실험적인 방식”이며 “미국에서 독립영화는 메이저 상업영화들과 다른 특징과 경향으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인 미국과 한국에서 독립영화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내 영화법상에서 독립영화는 “영화 제작업자가 아닌 자가 일정한 요건을 갖춰 신고하고 제작한 영화”로 규정한다. 반면 미국에서 독립영화는 메이저 영화사의 또다른 제작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미국 인디펜던트 영화 제작현황과 배급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독립영화에 대한 정의가 바뀐 것은 80년대 말~90년 대 초반이다. 그 이전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 틀은 한국과 같았다. 계기는 ‘선댄스 영화제’다. 1989년 배급사 미라맥스가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를 ‘선댄스’에서 120만 달러에 구입해 2천5백만 달러를 벌고, 1994년 ‘펄프 픽션’으로 1억 달러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후 대형 영화사들이 독립영화에 시선을 돌리게 됐다.

파라마운트 등 대형 영화사들은 1990년대부터 인디스튜디오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독립영화를 제작하기 시작됐다. 그러나 아무리 대형 영화사를 끼고 있어도 독립영화의 배급은 미국에서조차도 쉽지 않았다. 미국에서 매년 제작되는 독립영화는 천 편에 달하지만, 극장에 바로 올리는 영화는 40여 편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 독립영화인들은 ‘선댄스 영화제’ 등의 영화제 출품을 당연히 거쳐야 할 출구로 여기고 있다.

한국판 ‘선댄스 영화제’가 필요한 이유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로 유명해진 ‘선댄스 영화제’(이하 선댄스)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꿨다. 이후 세계적인 독립영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 영화제는 배우 겸 감독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작인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자신의 배역(선댄스 키드)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선댄스’는 참신한 독립영화를 발굴해 아낌없는 지원과 후원을 펼친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을 비롯해 코엔 형제, 쿠엔틴 타란티노, 브라이언 싱어 등 걸출한 감독들도 배출했다. 또 미라맥스 등의 영화사를 불러들여 독립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은 ‘선댄스’ 외에도 ‘필름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등 세계적인 규모의 독립영화제가 여럿 있다. 이 영화제들을 통해 할리우드 시스템을 넘어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독립영화가 대중에게 어필되는 것이다.

최근 ‘선댄스’는 실험적인 독립영화보다 상업적 가능성을 지닌 작품의 유치에 힘을 쏟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독립자본보다 메이저 영화사가 만든 인디영화 출품이 급증하면서 독립영화의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하는 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선댄스’를 통해 수많은 독립영화들이 생명력을 얻고,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내 개봉영화 중 ‘선댄스’의 꼬리표를 달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영화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국내에도 ‘서울독립영화제’와 ‘인디포럼영화제’ 등 다양한 독립영화제가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알지 못한 체 ‘마니아만의 축제’로 끝나고 있다.

이지연 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서울독립영화제는 독립영화 마니아에게 가장 유명한 영화축제로 자리매김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알려지진 않았다”며 “영화제를 대중적으로 홍보할 시스템과 예산 등이 부족한 실정”이라 말했다.

조희문 교수는 “국내 독립영화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유통을 위한 전용상영관 외에 영화제 개최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동체상영’, 대안이 될까?
‘워낭소리’ 이전에 국내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은 2007년작인 ‘우리학교’다. ‘우리학교’는 ‘워낭소리’와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우리학교’의 대단한 성적은 국내 독립영화의 대안영화 상영의 첫 시도인 ‘공동체상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동체상영’이란 시민단체나 공공기관 등 단체 관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 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상영하는 것을 뜻한다. ‘공동체상영’은 적게는 8명에서 많게는 800명까지 전국을 찾았고, 교포들이 사는 해외까지 진출했다.

‘공동체상영’의 장점은 문화의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이나 일부 계층의 영상매체에 대한 접근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 실제로 사회적 성격이 강한 국내 독립다큐멘터리는 ‘공동체상영’이 적합한 배급망이 되고 있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에게 스케일과 마케팅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또 제작 편수에 비해 극장에 걸리는 작품도 적고 상영기간도 짧다. 이런 독립영화에게 ‘공동체상영’은 대안배급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체상영’이 독립영화의 구심적 활동공간이 될 수 있을까? 영진위의 ‘다양성 영화 마케팅 지원사업’이 끊긴 이 시점에서 ‘공동체상영’이 대안이 될까?

‘공동체상영’을 주관하는 독립영화전문 배급사 ‘시네마달’ 임창은 팀장은 “공동체상영과는 별개로 독립영화는 극장개봉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임창은 팀장은 “축구선수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야하는 시점에서 운동장을 없앤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극장개봉을 해서 어떤 영화가 있는지 알아야 ‘공동체상영’도 늘고, 대중들이 더 쉽게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영화가 살아야 한국영화도 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영화계는 침체에 빠져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확산된 경기침체로 영화를 비롯한 예술산업 전반이 어려워졌다.

조희문 교수는 “한국영화는 지난 10년간 호황을 누렸지만 변화에 대한 준비는 소홀했다”며 “변화하는 관객의 취향을 읽지 못했고 제작 기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작업에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영화인들은 한국영화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독립영화의 저변이 넓어져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너리즘에 빠진 기존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피(독립영화)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협회에 기고한 글을 통해 “충무로 영화들이 현실에 대한 발언권을 갖지 못한 암울한 상황 속에서 독립영화는 그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독립영화는 열악한 제작환경을 극복하고 투쟁하지 않으면 상영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발전했고, 한국 영화의 문화산업적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독립영화의 배급 확장이 시급하다. 독립영화의 대중적 보급 제한은 관객과의 교류를 통한 작품의 피드백을 제한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독립영화의 자기반성의 부재와 더불어 차기 작품의 질도 떨어지게 한다. 독립영화가 성장을 멈추면 한국영화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미국 독립영화운동의 선구자인 산드라 슐버그는 <한국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해 보내는 제안서>를 통해 “한국 독립영화는 제작비 문제 외에 독립영화를 틀어주려는 상업극장도 없고, 디지털영사 네트워크도 없다”며 한국영화 배급의 시스템을 지적했다.

이지연 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독립영화가 디지털로 제작되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수아 기자[leesooah@datanews.co.kr] 2009-03-04 1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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